배추전은 경상도 음식입니다.
식재료도 조리법도 다양하고
화려한 전라도 음식에 비하면
경상도 음식은 대체로 소박합니다.
재료의 산지를 따지지 않아도 될 만큼
유통이 발달했지만
금방 손에 잡히는 식재료로 해 먹는
음식의 전통은 많이 바뀌지 않았습니다.
배추전은 먹을 것 없다는 경상도 음식을 대표합니다
재료는 더할 나위 없이 간단합니다.
배추, 밀가루, 물.
겨우 그 정도의 재료로 만들어도
맛이 날까 싶을 정도입니다.
재료가 그 정도니 만드는 법도 어려울 리 없습니다.
우선 밀가루를 걸쭉하게 물에 개놓습니다.
너무 되직하기도 너무 묽지도 않아야 하는데
어머니는 계량도 하지 않고
감으로만 반죽을 만듭니다.
물과 밀가루의 비율은 몰라도
어느 정도가 적당한지를 잘 알기 때문입니다.
손맛의 시작입니다.
김장하고 남은 배추를 주로 쓰니
배추전은 겨울 음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.
배춧잎은 크기가 적당해야 합니다.
팬 위에 올렸을 때 서너장으로 꽉 찰 만한
크기가 되면 좋습니다.
전으로 부치자면 배춧잎이 납작해야 합니다.
배추 밑동의 두꺼운 부분을 칼손잡이로 툭툭 쳐서 깨트립니다.
배추 손질 끝!
팬을 달구고 기름을 적당히 두릅니다.
배추는 밀가루 반죽에 푹 담갔다가 건져내자 마자
팬 위에 올립니다.
아래 위가 엇갈리게 해서 살짝 겹쳐서 올립니다.
서너장 정도면 적당합니다.
빈틈과 가장자리는 밀가루 반죽으로 메웁니다.
숟가락으로 기름을 떠서 가장자리에 둘러줍니다.
배추전의 모양이 어느 정도 잡혀간다 싶으면
뒤집개를 밑으로 쑥 넣어서 재빨리 뒤집습니다.
기름을 조금씩 보충하면서 부칩니다.
밀가루 반죽이 노릇하게 될 정도까지만 익히면 됩니다.
묽은 반죽을 쓰고 배추의 수분 때문에
흔히 말하는 겉바속촉으로 만드는 음식은 아닙니다.
한 눈에 봐도 심심하기 짝이 없습니다.
하지만,
쫄깃하게 익은 밀가루 반죽과
아삭함을 잃지 않은 채 촉촉하고 부드러워진
배추의 은근한 향이 조화로운 음식이
바로 배추전입니다.
경상도말로 배차적이라 카기도 합니다.
양념장에 찍어서 한 입 베어물면
처음에는 뭐 이런 음식이 다 있나 싶다가도
가끔 생각나는 그런 고향의 맛입니다.
서울 같은 큰 도시에 살면 먹을 것 천지라
배추전 같은 건 해 먹을 일이 없습니다.
그래서 어쩌면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.
고향집에서 명절이나 되어야 하는 음식인데,
다른 온갖 전은 며느리 다 맡겨도
배추전, 무전 만큼은 어머니가 직접 하시기 때문입니다.
전 부치면서 한 번 맛보라고
어머니가 직접 손으로 먹여 주시는 배추전을
마흔이 훌쩍 넘은 아들은 아이가 된 듯
넙죽 받아 먹습니다.
그럴 때라도 잠시 누구의 남편, 아빠가 아니라
어머니의 아들이 되면 좋지 않겠습니까.
어머니께,
배추전 한 번 더 해달라고 해야겠습니다.